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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 Branding

파타고니아 "사지 마세요" | 세계 최고 아웃도어 브랜드의 생각과 행동

by 티거위트 2020.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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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영향이 미국에서 거세다. 대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은 문을 닫고 있다. 한국에서 체감하듯, 이런 시기에 온라인 비즈니스는 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온라인 매장도 아예 문을 닫은 미국 브랜드가 있다. 파타고니아 Patagonia 다.

 온라인 주문을 중단한 파타고니아의 공지사항. 사진=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수단과 목적이 생경하다. 좀더 풀어쓴 이들의 브랜드 미션(꼭 지켜야 하는 가치)은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이다.

사진=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등반 매니아로서 암벽등반에 필요한 고정용 금속인 피톤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다. 당시에는 피톤을 연한 철로 만드는게 일반적이었는데, 강철로 만든 이본 쉬나드의 제품은 뛰어난 내구성으로 등반가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장비 수요가 급증하자 이본 쉬나드는 본격적으로 장비를 생산하는데, 파타고니아의 전신인 쉬나드 이퀴먼트가 시작된다. 이 회사는 곧 미국에서 가장 큰 등반 장비 회사가 됐다.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 사진=다음백과

그런데 문제는 잘나가던 쉬나드 이큅먼트의 장비에서 발견됐다. 직접 등반하러 갔던 쉬나드가 자신이 만든 피톤이 온갖 바위틈과 자연환경 곳곳에 박혀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된다.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선 견디기 힘든 장면을 본 그는 고민을 시작한다. 그리고 등반 장비의 생산을 잠정 중단한다.

다음해, 그는 등반용품 중에서 꼭 필요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게 뭔지 알게 된다. 등반에 필요한 튼튼한 옷, 럭비 셔츠였다. 이때가 1973년, 파타고니아가 시작된 해다.

파타고니아의 시작. 사진=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지금의 우리에겐 다소 특이한 브랜드 미션만큼, 특이한 행적과 사례를 만들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가장 유명한 광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물건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의 광고였다.

2011년, 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이를 겨냥한 광고였다. 광고 문구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파타고니아만의 광고. 사진=다음백과

뿐만 아니라 새걸 사지 말고 입던 옷을 수선해서 입자는 취지의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을 시작했다. 새것보다 더 좋아(Better Than New)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캠페인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소비를 억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원웨어(Worn Wear). 사진=파타고니아

브랜드가 얘기하는 멋진 말과 실제의 세세한 행동이 다를 때, 우리는 브랜드에 실망과 경멸을 느낀다. 그리고 팬은 안티팬이 된다. 기대가 없던 브랜드면 팬이 아니었으니 안티팬도 되지 않는다. 안티는 팬의 거울 반댓면이다.

파타고니아가 환경을 보호한다고 하고, 소비를 적게 하자고 하면서 실제로는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본다면 팬들은 떠날 것이다. 하지만 매년 크게 성장하면서 매출로도 세계 2위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된 파타고니아. 그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례 중 유명한 일화가 있다.

월스트리트의 주요 금융 회사 중 하나에서 직원들을 위해 멋진 옷을 준비하기로 했다. 핫하면서 멋진 브랜드를 가진 파타고니아가 눈에 들었다. 그래서 대량으로 주문을 넣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매출로만 10억이 넘는 주문이었다. 파타고니아가 얘기한 거절의 이유는 그 금융 회사가 "환경친화적이지 않아서"였다. 

월가의 유니폼, 파타고니아 조끼. 사진=위키트리

실제로 월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캐주얼 복장이 권장되면서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매우 많다. 아웃도어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일종의 상징이 된 것이다. 월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파타고니아 유니폼이 있는 회사와 아닌 회사로 등급을 매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런 월스트리트의 회사들에게 더 이상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엔 조끼를 팔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환경 친화적이지 않은 고객은 가려내서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에 우린 매우 민감하다. 신뢰성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말만 멋지게 하는 것은 공허하지만, 행동이 그것을 증명하면 단단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그것을 꾸준히 쌓으면서 주변에서 봐주게 되면 브랜딩이 된다. 브랜딩엔 세세한 행동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 integration이 중요하다.

부모가 자식에게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가르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에겐 모방의 본능이 있고, 모방의 본능에서 벗어나는 이질감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브랜딩은 수수하지만 힘이 있고, 곱씹을수록 울린다. 그래서 이들은 세계 최고이다.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철학. 사진=doug-stew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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