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브랜딩 | Branding

라끼남 강호동과 라면 최강자 농심의 전략

by 티거위트 2020. 3. 10.
300x250

농심의 화색이 밝다. 지난 2월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1등급 한우 채끝 짜파게티"는 아니어도 일요일에 요리사를 자청했을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여러모로 라면 최강자 농심에겐 좋은 일이 많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궈가고 있는 것과, 내색하지 못하는 것들이 공존한다.

 

라끼남 파삼탕면, 이른바 파채라면으로 불린다. 사진 = TVN

 

라끼남으로 강호동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그의 라면 사랑은 유난하다. 이전부터 안성탕면을 유난히도 선호했던 라끼남 강호동은 '도화지 같은 라면'이라며 안성탕면을 포지셔닝했다. 라면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끄덕일 법하다. 1983년에 태어나 고향은 대한민국 안성 (제조공장 중 하나가 안성에 있다)이며, 중저가 라면으로 오랜 사랑을 받고 있다. 라끼남은 안성탕면 6 봉지를 한 번에 드시면서 육봉선생이 되었고, 이런 사건들이 농심과의 인연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농심은 한편으로는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2016년 2조 400억이던 라면시장이 2017년 1조 9900억 원으로 하락했고, 컵라면 등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의 제품군에 의해 간신히 2018년 2조 475억 원으로 2조를 지켰다. 다시 말해, 라면 시장은 정체됐거나 하락하고 있던 시장이다.

그런데 전염병이 돌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라면, 햇반, 통조림과 같은 저장이 용이하고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이 분명 늘었을 농심, 올해 전체 매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라면을 사게 되면 먹게 되고, 한번 라면을 먹기 시작한 입맛은 다시 라면을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독성이 없다면 우리가 왜 라면라면 하고 살겠는가

 

라면 시장에서 농심의 고민은 꽤 오래됐다. 2000년 대까지 지켜오던 시장 점유율 70% 선이 무너지고선 회복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복이 안되는 수준이 아니다. 이러다가 점유율 50%도 무너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라면 시장 점유율 변화. 이미지 = 이투데이

 

농심의 신라면 블랙으로 두드렸던 프리미엄 라면 (1 봉당 1000원 중후 반대 가격) 카테고리를 열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을 때, 오뚜기의 진짬뽕이 프리미엄 시장을 열었다. 메인 시장인 1 봉당 900원 대 시장에서도 십수 년간 600원 대를 고수하던 진라면이 맨유와 이현진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가져갔다. 농심은 기존 70% 이상의 점유율에서 50% 초반, 오뚜기는 25%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시장 점유율이 70%인 경우와 50%인 경우는 큰 차이가 있다. 

 

첫번째로 유통에서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70%의 점유율은 절대적인 점유율이다. 혼자 다른 놈들 합한 것보다 2배 넘게 하니까. 유통에서도 농심이 빠지면 매대가 빈다. 그런데 50%선이 무너지면 꼭 그렇지만은 않게 된다. 그럼 이때다 싶어 2, 3위 업체들은 유통사에 적극 구애를 하게 되고, 유통사에서도 못 이기는 척 소비자가 요즘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등의 이유로 매대를 내주게 된다. 매대가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매대가 줄어들면 인지되는 광고판이 줄어들게 된다. 구석에 숨겨놔도 꼭 찾아서 사려고 하는 제품들, 라면으로 따지면 신라면 같은 애들이 아니고선 안 보이면 잊히게 된다.

 

두 번째는 경쟁사들과의 구도가 달라지게 된다. 70% 이상의 점유율이 뜻하는 것은 소비자가 해당 제품, 회사의 편이라는 점이다. 1위 업체와 다른 모든 업체의 연합이 싸워도 1위 업체가 이긴다. 단순 계산으로 매출도 2배 이상이지만, 고객의 선호도는 그 이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50% 이하가 되면 상황이 반대가 된다. 1:N 싸움에서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전에는 싸워볼 엄두를 못 내던 상대가 이제 해볼 만한 상대가 된다. 그러면 순식간에 집단 싸움에서 린치를 당하게 된다. 적의 적은 동지니까.

 

라끼남이여 17대 1도 가능한가? 사진 = 아는형님, JTBC

 

라끼남을 통한 농심의 전략은 시장 형성과 브랜딩이다.

시장 형성은 누가 할 수 있는가? 1위가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이 커지면 본인이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걸 아니까.

 

라끼남을 통해, 강호동을 통해 농심은 2가지의 브랜딩을 진행 중이다.

진라면과 비슷한 포지션에서 싸울 수 있는 스테디셀러 안성탕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도화지같은 라면"이라는 팬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표현이고, 공감가는 표현을 통해서. 매우 매력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포지셔닝이다.

 

왜 안성탕면일까? 오뚜기의 진짬뽕, 진라면 원투펀치에서 진라면이 가진 낮은 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의 안성탕면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공략한다. 이럴때 절대 쓰지 않는 카드가 신라면 같은 독보적 위치의 제품이다. 신라면을 잘못 내세우면, 동네 싸움에 챔피언이 끼어들면 잘해봐야 본전이다.

 

두번째 브랜딩은 강호동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라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라면 = 맛있지만 몸엔 안좋아" 라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러면 라면의 맛있음은 강조하고, 건강하지 않는 건 해소해야 시장이 커진다.

강호동만큼 건강하고 (천하장사) 라면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한국에 있을까?

 

농심이 이번엔 잘하고 있다. 라끼남도 잘하고 있다. 올해의 전망처럼 농심 영억이익이 23% 늘어날지 지켜보자.

 

"짜파구리·코로나효과…농심 영업익 23% 늘듯" (사진 = 신동원 농심 부회장, 매일경제)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