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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 Branding

정육점의 트랜스포메이션, 앵거스박

by 티거위트 2020.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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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의 붉은 조명은 고기의 색감과 식감을 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정육점 하면 온통 붉은색의 이미지다.  하지만, 붉은색 정육점은 이제 의도대로 식감과 신선함을 전달하지 못한다. 오히려 누린내가 나 보이고, 올드해 보인다.

그러서인지 요즘, 고급진 검은색을 차용한 정육점 식당들이 종종 눈에 띈다. 깔끔한 외관에 언뜻 보기엔 정육점인지 레스토랑인지 구분하기 힘든 인테리어다. 몫을 잘 잡은 몇 곳은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곳들도 보인다. 스테이크 주력 메뉴의 레스토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신선한 고기로 스테이크를 바로 구워주니 더 믿음직하면서도 실속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바로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코너를 운영 중이다.

앵거스박도 고기를 판매하면서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바로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곳이다. 지점마다 다르지만 1층에서 고기를 살 수 있고, 2층에서 구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마련돼있다. 대전은 앵거스박 고기공장, 지난 10월 오픈한 12번째 오프라인 매장인 성남 미금점은 앵거스박 쇠고기상점의 이름이다.

앵거스박 쇠고기상점_미금점. 사진=시사온

'앵거스'라는 단어는 미국의 검정소를 가리키는 블랙 앵거스를 연상시킨다. 미국에서 블랙 앵거스라고 하면 쇠고기 중에서도 등급이 상당히 높은 고기다. 앵거스박에서는 미국산 소고기의 8가지 품질 중 상위 20%에 해당하는 탑초이스 등급과 최상위 등급인 프라임 등급의 고기만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정육점'의 정체성은 여기서 시작된다.

미국산 소고기의 상위 20%. 등급. 사진=앵거스박

매장에 다녀온 사람들의 평은 대부분 호평이다. 저렴하고 실속 있다, 맛있다, 지인을 초대해서 한번 더 다녀왔다,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서 좋다 등의 반응이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맛있는 고기를 실속 있게 먹을 수 있다는 만족에서 나왔다. 그래서인지 앵거스박의 2020년 전략은 20개 매장을 추가 출점하는 것이다. 올해 3월 13호점을 서울 북가좌동에 출점하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소비자들에겐 이런 매장이 반갑다. 직접 스테이크를 구워주는 가성비 좋은 정육점이라니. 하지만 앵거스박의 핵심 판매는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니다. 다양한 채널과 상품군이 있다. 참고로 앵거스박을 운영 중인 회사 선우엠티의 지난해 매출액은 2910억 원에 이른다. (2018년 1835억, 2017년 1400억)

선우엠티는 수입한 고기를 도매상 납품과 소매 및 대형 식당에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직거래하는 소매상만 1000개라고 한다. 상당한 수입물량을 통해 원가 및 품질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미국 카길과 JBS 등의 초대형 회사들로부터 물량을 공급받고 있고, 연간 3만 톤 이상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출처 = 더벨, 머니투데이)

앵거스박 쇠고기상점 온라인. 사진=앵거스박

앵거스박을 찾아가면 고기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간편식과 요즘 가장 핫한 HMR 제품이 정갈하게 보인다. 냉동으로 유통되는 갈비탕과 갈비찜 등의 HMR 제품은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접할 수 있다. 2019년 인수한 '푸드장'이라는 회사는 온라인 육가공 판매 전문 기업으로, HMR 뿐만 아니라 생고기나 양념육 등을 판매한다. 당일배송이나 원하는 날짜에 맞춰서 배송도 가능하다. 그래서 고기업계의 마켓컬리로 불리기도 한다고...

푸드장 온라인몰. 사진=푸드장

 

이와 함께 앵거스박은 정육점을 프랜차이즈화 했다. 오프라인 매장인 앵거스박은 초기 직영점을 거쳐, 최근에는 가맹점의 숫자가 한두 개씩 늘고 있다. 올해 추가 출점을 계획 중인 20여 개의 매장 중 상당 수가 가맹점이 될 것 같다.

선우엠티는 한국 시장을 넘어서 동남아 법인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현재 구상으로는 앵거스박 매장을 내거나 HMR을 수출하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한다.

선우엠티라는 모회사에게 앵거스박은 주요한 매출원이자 대중을 향한 브랜딩의 첨아다. 눈에 보이는 빈도가 많아질수록 익숙해진다. 익숙한 것에 우리는 편안함과 호감을 느낀다. 그것이 기존의 관념과 편견을 깨준 깔끔한 호감형이면 더욱 그렇다. 앵거스박에 고기를 사러 간 고객들은 장소에서 풍기는 신뢰감에 매료되고, 우호적으로 바뀐 감정은 HMR을 주워 담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연결만 해주면 이미 구축된 판매, 유통망을 통해 HMR과 신선육이 집 앞으로 배달되는 연결된 비즈니스가 구축된다.

고객이 원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게 핵심 전략이라면 지금처럼 방법이 다양한 시대가 없었다. 현대홈쇼핑 영스타그램에서 장동민의 손목 스냅을 볼 수 있는 고기 먹방을 통해 앵거스박은 새벽 1시에 생방송을 했다. 직접 봤다면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현대홈쇼핑 영스타그램과 앵거스박. 사진=시장경제, 현대홈쇼핑

정육점의 트랜스포메이션은 화려하게 일고 있다. 세련된 레스토랑 앵거스박, 당일배송 가능한 온라인 쇼핑몰 푸드장, 홈쇼핑을 통한 노출 극대화와 프랜차이즈화까지. 핵심은 기존의 정육점 모델과는 전혀 다르게, 이전부터 존재하던 비즈니스 모델과 최근에 시작된 기술 및 채널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칙칙한 붉은색 조명의 정육점이 디지털라이제이션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통해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혁신은 어디서나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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