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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함이 성과를 만든다 | 1600년대 최강의 함선 바사호가 30분만에 가라앉은 이유

by 티거위트 2020.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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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길이를 잴 때 센티미터(cm)나 미터(m) 등의 미터법을 사용한다. 반면 영국과 미국에서는 인치(inch)나 피트(feet) 등의 단위를 사용한다.

인치(inch)라는 단위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자연스럽게도 인치(inch)와 피트(feet)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 신체를 이용한 단위이다. 피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발 길이가 그 기준이다. 인치는 엄지손가락의 중간 마디 길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런데 신체 사이즈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이걸 기준으로 하니 이 동네와 저 동네, 아랫마을과 윗마을마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이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있었는데, 그 예시로는 통치자의 발 길이로 피트를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문제가 뭔지 우리는 한 박에 알 수 있다.

엄지손가락의 평균을 1인치라고 하노라! (읭?) (사진: Unsplash)

그나마 나은 방식으로 스코틀랜드의 데이비드 1세는 여러 성인 남자의 엄지 길이를 측정해서 평균으로 인치를 정했다고 한다. 이전에 비해는 놀라운 발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웃나라인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인치 기준이 미묘하게 달랐던 것. 어찌보면 무시해도 될 만큼의 오차였는데 스코틀랜드의 인치가 1.0016배 정도 길었다고 한다. 평상시엔 문제가 없지만, 얇고 긴 물건을 거래할 때는 이게 문제가 됐다.

스코틀랜드 직물 상인들은 비열한 잉글랜드 놈들이 거래마다 1~2장의 직물을 일부러 빼돌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수치가 미묘하게 달라서 오해가 풀리지 않고 오랫동안 쌓인게 난감하다. 크게 달랐다면 오히려 빨리 바로잡았을 테니.

 

아직도 앙숙인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사진: 뉴스조선)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런 오해와 몰이해를 시장의 우상이라고 했다. 그는 4가지의 오해 (또는 인식의 한계)를 4대 우상이라고 지칭했다. 4대 우상으로는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 있다.

우상의 종류 우상에 대한 간단한 설명
종족의 우상 사람이라서 갖는 오해 | ex) 인간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 "꾀꼬리가 아름답게 운다"
동굴의 우상 '나'의 관점에 갖혀서 생기는 오해 | ex) 내가 듣고 싶은 것만 걸러듣는 경우, 빨간 안경끼고 세상을 보는 경우
시장의 우상 말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 생기는 오해 | ex) 제가 서비스로 100인치 드릴께요!
극장의 우상 권위있다고 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생기는 오해 | ex) "아침은 꼭 먹어야 건강하다고 전문가가 그랬어"

"우상"은 영어로 IDOL이다. 우리가 아는 그 단어, 아이돌이 맞다. 아이돌은 '허수아비, 인형, 꼭두각시'를 뜻한다.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돌의 시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이돌! (사진: 한국경제신문)

얘기를 하다 보면 정보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거 진짜 맞아. 며칠 전에 내가 TV에서 본거야."

전형적인 권위에 복종이라 볼 수 있고, 베이컨은 이를 극장의 우상이라고 했다.


1625년, 스웨덴에서는 발트해를 제패하기 위해 거대 군함 바사호를 건조했다. 당시 최고의 인력과 기술, 자금이 동원된 선박이었다. 그래서 함포도 좌현과 우현에 각각 32개씩, 총 64개나 설치했다.

큰 포부를 갖고 4년간 준비한 바사호의 진수식이 1628년 8월에 열렸다. 전 세계의 명사들을 초청한 바사호는 당당히 진수한 지 30분 만에 침몰했고, 30명과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진수하자마자 침몰한 거대함선 바사호 (사진: 한국경제신문)

당시 침몰 원인으로 과다하게 함포를 싣는 바람에, 한쪽 현으로 들이친 바닷물이 균형을 무너뜨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사태까지 갔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과욕을 경계하는 사례로 바사호가 오랫동안 회자됐다.

 

그런데 약 300년이 지난 1961년 인양해낸 바사호에서 생각지 못한 진짜 침몰 원인이 발견됐다. 

인양된 바사호의 좌현은 우현보다 목재가 두껍고, 길이도 길었다고 한다. 좌우대칭 균형이 만들어질 때부터 안 맞았던 것이다.

당시 최고의 기술을 집약한 바사호가 배의 기본인 좌우대칭을 못 맞춘 것이다.

 

당시 최대의 선박 건조였던 만큼, 바사호는 선박의 주요 파트 공정을 면밀히 나눠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좌현은 스웨덴 조선공들이 제작하고, 우현은 네덜란드 조선공들이 제작했다.

당시는 인치와 피트의 단위가 나라마다 조금씩 달랐다. 각국의 조선공들은 각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만들어진 조금의 차이가 균형의 차이를 만들었고, 결국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안다고 섣불리 말하지 말자. 100%의 확신이 아니라면 더 명료하게 만들어라.

 

 

<참고자료>

-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오후 저, 웨일북 출판, 2019) : 챕터 2. 너와 / 나의 / 연결 고리: 진시황과 프랑스혁명 사이
- 프랜시스 베이컨 나무 위키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저, 김윤경 역, 다산초당, 2019) : 챕터 40. 오해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 프랜시스 베이컨_우상
- 스터비 플래너_바사호 (사이트 링크)
- 한국경제 "실패 x 실패 = 통찰력" (기사 링크)

- 국제신문 "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6> 박물관의 도시 스웨덴의 바사호 박물관" (기사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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