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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이해 | Front

어디로 가는가?

by 티거위트 2020.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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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기도하고 법당을 나오는데 주지 스님이 “학생, 이리 와 봐.” 하고 불렀습니다. 속으로 겁이 덜컥 났지요. 그 스님은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하면 몇 시간씩 말씀하시거든요. 이야기 끝났나 싶어서 일어나면 일어선 채로 다시 한 시간······ 그러셨어요. 내일 당장 시험 치는데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오늘 밤샘이라도 해야 할 지경인데 딱 걸렸으니 큰일났어요. 그래서 스님이 뭐라고 말씀 꺼내시기 전에 빨리 가야겠다 싶어서 선수를 쳤지요. “스님, 오늘은 제가 바쁩니다.” 이랬어요. 바쁘다고 하면 빨리 보내주실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랬더니 “어, 그래?” 하고 이야기를 받아주셨습니다. ‘아이고, 살았다.’ 싶은 것도 잠시, 난데없이 이상한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너 어디서 왔어?”

“도서관에 있다 왔습니다.”

“도서관에 있기 전에는?”

“예, 학교에서요.”

“학교 오기 전에는?”

“집에서요.”

“그전에는?”

그렇게 영문 모를 질문을 계속 하셔서 결국 태어난 것까지 갔어요.

“태어났어요.”

“어디서 태어났어?”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어요.”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기 전에는?”

“모르겠습니다.”

몰라서 모른다고 대답했지요.

“그래?”

잠시 말씀이 없으시더니 다시 또 물으셨지요.

“어디로 갈 거니?”

“예, 학교 도서관에 가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예, 내일 시험 쳐야 합니다.”

“시험 치고는?”

“집에 가야죠.”

“집에 간 뒤에는?”

“절에 와야죠.”

이렇게 죽 이어지다가 결국은 어디로 가겠어요?

“죽죠, 뭐.”

“죽은 뒤에는?”

“몰라요.”

이번에도 모르니까 모른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벽력같이 고함을 지르시는 겁니다.

“야, 이놈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놈이 바쁘긴 왜 바빠?”

지금 여기 깨어있기 | 법륜 저
2020.07.06 매일 한줄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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